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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영중, 《매핑 도스토옙스키》, 2019년, 열린책들 도스토옙스키. (도스토예프스키로 썼다가 수정했다. 마치 예전에 잉베이 맘스틴이냐 잉위 맘스틴이냐 잉베이 말름스틴이냐 잉위 말름스틴이냐 논란처럼 쓰는 방식이 제각각이라 헷갈렸다.) 이 큰 산을 어떻게 넘어야 할지 막막했다. 그 두꺼운 3권짜리 을 사놓고도 몇 년을 읽어보지 못할 정도니 말이다. 올해 초였던가? 도전해 보려고 수 십 페이지를 읽다가 지겨워 책을 닫았다. 그러다 도서관에서 우연히 본 책이 바로 이 책 다. 책을 쓴 이는 석영중 교수로 고대 노어노문학과 교수로 도스토옙스키 전문 연구자로 유명한 분이다. 굳이 따지면 도스토옙스키 본격 입문서라고 할 수 없고 ‘도스토옙스키의 흔적을 따라가는 여행기’로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도스토옙스키가 유럽의 곳곳을 돌다 다시 러시아로 오는 여정을 되짚으면서 그..
이종열, 《조율의 시간》, 2019년, (주)민음사 명인들의 이야기는 일종의 신화다. 온갖 고난을 헤치고 남들이 쉽게 다다를 수 없는 지혜와 경험을 얻고 결국 한 분야에서 신과 같은 존재가 되니 말이다. 이 책은 조율의 명장 이종열 선생의 자전적 이야기가 담긴 책이다. 지은이 이종열 선생은 크리스티안 지메르만의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전집을 들으며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검색하면 항상 그와 지메르만은 마치 자웅동체처럼 기사에 등장한다. 대략 이런 얘기다. 1975년 쇼팽 콩쿠르 우승자인 크리스티안 지메르만은 연주만 완벽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조율에 있어서도 까탈스러웠다. 한때 아르투로 베네데티 미켈란젤리의 조율사가 되고 싶어할 정도여서 해외공연할 때 자신의 피아노를 공수할 정도였다고 한다. 이종열 선생이 그의 피아노를 조율했고, 공연 뒤 지메르만이 관개들..
야스토미 아유무, 《위험한 논어》, 2014년, 현암사 국제경영 교수님이 수업 마지막 시간에 한 말이다. “하버드 MBA 수업의 마지막 날에는 아무것도 가르치지 않는다. 교수가 학생들에게 좋은 말만 하고 끝낸다”라면서 여러 좋은 말들과 함께 장자를 읽어보라고 권했다. 읽어도 알듯 말듯하지만 읽어볼 만하다는 게 그분의 말씀이었다. 도서관에서 장자를 빌려보려는데 책들이 모두 두꺼웠다. 그래서 공자의 논어를 검색해 봤다. 제목이 눈에 들어오는 “위험한 논어”를 집어들지 않을 수 없었다. 도대체 논어가 왜 위험하다는 건가? 동양고전 중 고전으로 아직도 수많은 사람들이 인용하는 정전인데 말이다. 크리스마스가 지난 26일 일요일 한 숨에 다 읽어버렸다. 여기서 위험하다는 것은 배움이 내포하고 있는 치명적인 위험을 뜻하는 거였다. 그렇지 않은가. 어떤 사람의 책에 감동을..
세네카 지음, 제임스롬 엮음, 《어떻게 분노를 다스릴 것인가?》, 2020년, 아날로그 도서관에서 우연히 찾은 책이다. ‘분노’ 나뿐만 아니라 현대인 모두가 가지고 있는 정념일 거다. 얼마나 힘든 세상인가. 요즘 이불킥 횟수가 늘었다.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하지 말아야 할 행동들은 시간이 지나서야 후회를 불러온다. 그래서 이 책을 집어 들었다. 얇아서 빨리 볼 수 있을 것 같았고, 무엇보다 책의 색깔이 경고등과 같아 보지 않으면 분노를 없애지 못할 것만 같았다. 「어떻게 분노를 다스릴 것인가?」는 로마 시대 스토아 학파 철학자 세네카가 쓴 「분노에 대하여」를 편집한 책이다. 몇 시간이면 읽을 정도로 분량은 짧고, 문장도 술술 읽힌다. 눈에 들어오는 문장들이 있지만, 말미에 가서는 어차피 인간은 죽으니 괜히 분노하지 말아라라고 허무하게 결론을 짓는다. 예전 뭐였더라. 라디오에서 줄창 들었던 ..
로렐 켄달, 《무당, 여성, 신령들》, 일조각, 2016년 "나는 굿을 일종의 환경연극으로 해석할 수 있었다. 즉, 굿은 집이라는 공간에서 이동하면서 그 집에 관련된 가족을 치료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p.9 "공주(호구)가 된 것이다. 호구는 가정불화를 일으키는 변덕스러운 처녀 귀신이다." p.47 "부계제와 부거제에 근거한 한국의 마을에서, 이미 출가한 전씨네 딸이 친정 집안의 신령과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p.61 "여성은 신들림을 일종의 전략으로 "여성이 - 가끔은 여성 이외의 다른 주체가 될 수도 있다. - 고통을 통해서 .... 스스로의 이익을 보호하고 자신들의 주장과 포부를 드러낼 수 있는 수단"이 된다." 그리고 "신들림 컬드는 "페미니스트 하위문화"의 전위 조직으로서 그 안에서 여성은 남성 세계에 완곡한 형태로 저항한다는 것이다." p...
홍성민, 《취향의 정치학: 피에르 부르디외의 「구별짓기」 읽기와 쓰기》, 2012년, 현암사 이 책은 부르디외의 저서인 "구별짓기"를 보다 쉽게 접근하기 위한 길을 보여주는 책이다. 비전공자도 책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부르디외의 사상은 물론이고, 그에게 영향을 준 인접 철학자, 사상가들의 이론까지도 간추려 이해할 수 있다. 특히 이 책의 저자에게 감사하고 싶은 부분은 프랑스 사회를 바탕으로 한 "구별짓기"를 우리나라에 실정에 맞게 해석하기 위해 주제와 근접한 국내 학술 논문을 제시하고, 비교, 분석한다. 하지만, 이 국내 연구들이 대부분 2000년 초, 중반에 진행된 것이어서 이 책이 쓰인 2012년 그리고 내가 책을 읽는 2021년 사이에 발생하는 어쩔 수 없는 큰 시차는 아쉬움으로 남는다. 빈 구석은 내가 채워야 하는 숙제가 될 것 같다. 1장 부르디외에 관하여: 생애와 저작 "아비투스는 ..
조지프 히스, 앤드류 포터, 《혁명을 팝니다》, 마티, 2006년 "히피 이데올로기와 여피 이데올로기는 하나이며 동일하다." p.9 "우리는 이 책에서 수십 년에 걸친 반문화 반란이 어떤 변화도 가져오지 못한 것은 반문화 사상이 기대는 사회 이론이 허위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p.16 "펑크가 보기에 히피는 충분히 급진적이지 못했기 때문" p.23 "다시 말해, 히피들이 하고 있다고 믿은 바로 그일을 '우리도 하고 있다'고 여긴 것이다. 차이라면 '우리는 그들과 달리' 결코 배신을 하지 않으리라는 신념이었다. 우리는 제대로 할 것이라고." p.24 "계몽시대의 위대한 철학가들이 '복종'을 전제정치를 키우는 노예근성이라고 공격한 반면, 급진주의자들은 '순응'을 훨씬 더 심각한 악으로 보기 시작했다. 이 놀랄 만한 역전에 관한 이야기가 반문화 신화의 기원을 이해하기 위..
정준호, 《스트라빈스키: 현대 음악의 차르》, ㈜을유문화사, 2008 이고르 스트라빈스키. 이 책을 도서관 서가에서 찾은 이유는 내게 스트라빈스키가 말러만큼이나 신비스러운 느낌을 줬기 때문이었다. 바그너와 대립하면서도 쇤베르크와는 거리를 둔 그의 위치에서 어떤 고집스러움이 느껴졌다. 이 책의 구성은 스트라빈스키의 러시아, 스위스, 프랑스 그리고 미국 등 태어나고, 정주했던 지역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그 곳에서 만났던 수많은 사람들이 등장하고, 변화무쌍했던 그의 음악세계가 펼쳐진다. 약간 거슬리는 부분은 글쓴이의 주관적인 부분이 특별한 이유나 논거없이 불쑥 튀어나오거나 문장 흐름이 부드럽지 못하다는 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클래식이라는 흥미진진한 세계에 막 들어온 나에게는 스트라빈스키라는 인물과 음악에 대해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특히 책 끝에 추천 음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