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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보고

홍성민, 《취향의 정치학: 피에르 부르디외의 「구별짓기」 읽기와 쓰기》, 2012년, 현암사


이 책은 부르디외의 저서인 "구별짓기"를 보다 쉽게 접근하기 위한 길을 보여주는 책이다. 비전공자도 책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부르디외의 사상은 물론이고, 그에게 영향을 준 인접 철학자, 사상가들의 이론까지도 간추려 이해할 수 있다. 특히 이 책의 저자에게 감사하고 싶은 부분은 프랑스 사회를 바탕으로 한 "구별짓기"를 우리나라에 실정에 맞게 해석하기 위해 주제와 근접한 국내 학술 논문을 제시하고, 비교, 분석한다. 하지만, 이 국내 연구들이 대부분 2000년 초, 중반에 진행된 것이어서 이 책이 쓰인 2012년 그리고 내가 책을 읽는 2021년 사이에 발생하는 어쩔 수 없는 큰 시차는 아쉬움으로 남는다. 빈 구석은 내가 채워야 하는 숙제가 될 것 같다.

 

1장 부르디외에 관하여: 생애와 저작 

 


"아비투스는 인간의 행동은 엄격한 합리서과 계산에 근거해 행해지기보다 일정한 기억과 습관 그리고 사회적 전통의 영향을 받는데, 그때의 그 기억과 습관 또는 사회적 전통을 말한다." p.19

"사르트르의 실존주의 철학에 따르면, 개인의 행동은 외부적 장애 요인에도 불구하고 실존적 결단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인 만큼, 개인의 행동을 설명하는 데 과거의 기억이나 관습 따위를 고려할 필요는 없다. 반면 레비 스트로스의 구조인류학에 따르면, 개인들의 행동은 사회적 규범과 규칙에 따르는 것으로 여기에는 일정한 방식이 있다. 따라서 전혀 일관성 없어 보이는 부족 간의 결혼 제도나 물물교환에서도 이러한 집단적 행위를 뒷받침하는 일정한 규칙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실존주의와 구조주의 경향은 사회과학 전반에 영향을 끼쳐, 전자의 경향은 미국의 사회학에서 방법론적 개인주의라는 이름으로 유행했으며, 후자의 경우는 마르크시즘과 같은 계열에서 구조주의 마르크시즘이라는 하나의 분파를 형성하기도 했다." p.20

"부르디외에 따르면, 개인의 행동이 주관적 의지를 통해 실현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과거로부터 누적된 사회적 관행의 영향을 받으며, 또 개인의 행동이 일정한 규칙성을 갖는다는 구조주의의 발상은 결국 권력과 같은 강제력이 그러한 규칙성을 지배하는 근본적인 사회적 관행을 뒷받침한다는 사실을 간과하는 것이다. 이것은 실존철학의 전통에서 생각했던 것처럼 개인의 이성 능력이 무한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며, 또 구조주의에서 생각했던 거처럼 사회적 규범성이 중립적이고 보편적이기보다 계급적 편향이나 권력의 논리에 따라서 불평등하게 형성된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다." p.21

"사진찍기(중간계급의 예술), 박물관이나 그림 전람회에 가기(예술을 사랑하기) 따위들의 일정한 취향이 사회 계급을 유지시키며, 궁극적으로는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의 계급적 정체성을 인정하게 만드는 사회적 기제가 된다는 것이다." p.23

"주말이나 공휴일에 영화관에 가는 사람과 전위 예술을 관람하는 사람 간의 문화적 선택의 차이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우연적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예술이나 문화에 대한 해석 가능성은 사회 안의 계급적 위치에 따라 길들여져 강요된 것이라는 게 부르디외의 설명이다." p.23

"출신 가정을 통해서 획득할 수 있는 인맥이나 학교 졸업장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사회적 이득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이를 두고 부르디외는 개인의 상징자본의 차이가 취향의 편차를 낳는다고 말한다." p.25

 

2장 생활세계, 아비투스, 소비 취향

 

"플라톤에 따르면 자연의 질서는 신이 창조한 것이며 예술이란 결국 자연을 모방(재현)할 뿐 본질에 도달할 수 없다. 따라서 예술 행위는 환영의 창조에 불과하다. 반면 아리스토텔레스에게 모방은 인간의 창조적 본능이며, 자연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예술을 인지하는 것 자체가 인생의 즐거움이다. 특히 그는 비극적 연극이 사람들의 마음을 감동시켜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과정을 카타르시스라고 평가하고, 이것이야말로 예술 활동의 목표라고 강조한 바 있다." p.39

"플라톤이 경우는 이데아의 세계가 보편자로서 존재한다고 생각한 반면, 아리스토텔레스는 사물내에 개체적으로 구현되는 것이 바로 보편성을 갖는다고 말한다." p.39

여기에 보편자, 개별자에 대해서도 부연을 한다. 이 얼마나 명쾌한 정리인가!

"플라톤의 경우는 이데아의 세계가 보편자로서 존재한다고 생각한 반면, 아리스토텔레스는 사물내에 개체적으로 구현되는 것이 바로 보편성을 갖는다고 말한다." p.39

"칸트는 미학적 판단의 궁극적 기원이 인간의 본원적인 심성에 있다고 생각한 반면, 부르디외는 미학적 판단의 기준이 사회적으로 구성된다고 파악하는 것이다." p.40

"부르디외는 미학과 윤리를 서로 분리하지 않는다. 미술 작품이나 음악에 대한 취향은 현실 세계에 대한 도덕적-윤리적 성향과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예를 들어 예술에 대한 순수주의를 강조하는 미학적 성향은 경제적 풍요로움을 즐기고 있는 부르주아적 계급 기반에서 유래하는 것이며, 이것은 안락한 삶을 지향하는 윤리적 성향과 깊숙이 맞물려 있다." p.41

"예술이 윤리적 의미를 갖게 되는 순간 미학적 취향은 사회적 주체들을 계급적으로 구분하며, 이거은 다시 고급 취향/대중 취향과 같은 이분법적 대립구도를 만든다. 이것이 현대 사회에서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지배자/피지배자의 권력 형식이다. 즉 아름다운 것/추한 것, 탁월한 것/천박한 것을 구별하는 것은 사회적 구도 안에서 가능하며, 이 과정에서 각 주체는 객관적 분류 체계 안에서 자신의 위치를 찾게 되고, 그 자리에서 높음/낮음의 형식으로 지배관계가 형성되는 것이다." p.41

"문화적 취향의 차이는 바로 계급적 차이를 만들어내며, 이것이 신분적 위계질서를 가능하게 하는 지배논리의 단초이다." p.45

 

문화자본 - '사회화 과정에서 습득되어 오랫동안 지속되는 성향과 습관' 가정교육, 학교 교육, 사회적 인맥 등

 

"미적취향은 계급을 구분한다. 미적취향은 사회적 공간 안에서 특정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을 다른 사람들과 분류해주는 변별적 특징이다. 즉 개인의 미적 취향은 사회적 취향이다." p.72

"계급적 취향은 세 가지로 분류될 수 있다. 부르주아 계급은 유미주의적 취향, 중간계급은 절충주의적 취향, 민중계급은 스타일을 무시하는 대중 취향을 갖는다." p.73

 

3장 계급의 분류와 특성

 

"지배자의 시선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파악하고 있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지배의 효과"가 민중계급의 취향에 각인되어 있는 것이다." p.117

"그동안 한국의 진보진영에서는 대중문화에 대한 노동자 계급의 저항이 높을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실증 연구가 보여주는 결과는 노동자 문화가 대중문화와 공모해 지배논리에 포섭된 것으로 나타났다." p.124

 

5장 결론 혹은 평가

 

"예술 작품을 소유하는 이유는 일정한 이윤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윤에는 구별이윤과 정통이윤 두 가지가 있다. 정통이윤이란 자신의 현존재가 정당하다는 느낌을 주는 정당화 이익과 관련된다. ~ 구별이윤은 해당 작품이 요구하는 성향과 능력의 희소성이 가져다주는 변별적 가치에 의해서 측정되는데, 이것을 상징적 이윤이라고 할 수 있다." p.165

"취향, 즉 아비투스는 차별화하고 평가하는 획득된 성향이다. 이것은 신체 기법, 사회 세계의 가장 기본적인 구성 원리 및 평가 원리로 작동하며, 계급, 연령, 성별 간의 분업이나 지배의 분업을 가장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원리이다. 이것은 신체를 관리하는 원칙이기도 하다." p.169

 

이 장에서 저자는 부르디외에 대한 비판으로 질 리포베츠키의 이론을 제시한다.


"과소비 사회에서는 과거의 상징적 투쟁의식이 부차적인 것이 되고, 극도의 개인주의가 판을 치게 된다. 그래서 오락적인 가치가 명예보다 중요해지고, 자아의 행복감이 계급적 '구별짓기' 보다 우월하게 여겨지며, 감각적인 안락함이 과시적인 기호의 효과를 누르게 된다. 이 시기에도 여전히 상품의 브랜드 가치가 중요하지만, 이것은 계급적 구분을 위한 기능보다는 각자가 원하는 욕구에 걸맞는 정체성을 찾아주는 역할을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과소비사회에 팽배한 불안감을 극복하고 동족의식을 느끼게 된다. " p.174

"특히 젊은 층이 브랜드를 선택할 때는 자신의 정체성을 정의하는 기호와 취향을 확인하며, 이를 근거로 사회적 코드를 향유하는 것이다. 그래서 운명처럼 물려받은 소속감이 아니라, 젊은이들이 스스로 자신이 원하는 소속감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다. 타인으로부터 소외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바로 브랜드에 대한 강박증을 강화시키는 것이다." p.175

 

찾아서 읽을 거리 :

  • 최샛별, '상류계층 공고과에 있어서의 상류계층 여성과 문화자본: 한국의 서양 고전음악 전공 여상 사례', <한국사회학>, 36집, 2002.
  • 박해광의 '한국 노동 문화의 성격: 대중문화와의 관계를 중심으로' <민주주의와 인권>, 제8권, 3호
  • 질 리포베츠키, '행복의 역설', 정미애 옮김, 알마, 2009.
  • 이동연, '한국의 문화자본은 어떻게 형성되는가?', <문화과학>,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