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고르 스트라빈스키. 이 책을 도서관 서가에서 찾은 이유는 내게 스트라빈스키가 말러만큼이나 신비스러운 느낌을 줬기 때문이었다. 바그너와 대립하면서도 쇤베르크와는 거리를 둔 그의 위치에서 어떤 고집스러움이 느껴졌다.
이 책의 구성은 스트라빈스키의 러시아, 스위스, 프랑스 그리고 미국 등 태어나고, 정주했던 지역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그 곳에서 만났던 수많은 사람들이 등장하고, 변화무쌍했던 그의 음악세계가 펼쳐진다. 약간 거슬리는 부분은 글쓴이의 주관적인 부분이 특별한 이유나 논거없이 불쑥 튀어나오거나 문장 흐름이 부드럽지 못하다는 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클래식이라는 흥미진진한 세계에 막 들어온 나에게는 스트라빈스키라는 인물과 음악에 대해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특히 책 끝에 추천 음반이 실려 있어서 스트라빈스키로 가는 지름길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기억에 남는 구절을 덧붙인다.
"스트라빈스키의 독창성은 신고전주의로 대표된다. 쇤베르크는 음렬 음악의 새 시대를 열었다. 여러 가지 면에서 서로 대립하는 것으로 인식되었던 두 사람이지만 신고전주의와 음렬 음악은 동일한 위상이 아니다. 신고전주의는 고전주의, 낭만주의와 같은 양식, 곧 스타일의 문제였다. 반면에 음렬 음악은 시스템의 변화를 뜻한다. 둘 모두 조성의 한계에서 음악의 갈 길을 고민했다는 공통점은 있지만, 신고전주의가 곁길을 모색한 것이라면 음렬 음악은 오던 길을 포기하고 새로운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이다. 때문에 신고전주의는 항구적인 대안이 될 수 없었다." p.285
"그의 신고전주의는 유연했다. 그는 양식만이 아니라 시스템 자체도 패러디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p.285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내내 들었던 스트라빈스키 음악 중 몇 개를 추렸다.
'보고보고 '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홍성민, 《취향의 정치학: 피에르 부르디외의 「구별짓기」 읽기와 쓰기》, 2012년, 현암사 (0) | 2021.09.21 |
---|---|
조지프 히스, 앤드류 포터, 《혁명을 팝니다》, 마티, 2006년 (0) | 2021.09.20 |
클레어 비숍, 《래디컬 뮤지엄 - 동시대 미술관에서 무엇이 '동시대적'인가?》, 현실문화, 2016 (0) | 2021.08.29 |
필립 글래스,《음악 없는 말》, 프란츠, 2017년 (0) | 2021.07.25 |
이승우, 《미궁에 대한 추측》, 문학과지성사, 2018년 (0) | 2021.06.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