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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보고

세네카 지음, 제임스롬 엮음, 《어떻게 분노를 다스릴 것인가?》, 2020년, 아날로그

도서관에서 우연히 찾은 책이다. ‘분노’ 나뿐만 아니라 현대인 모두가 가지고 있는 정념일 거다. 얼마나 힘든 세상인가.

요즘 이불킥 횟수가 늘었다.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하지 말아야 할 행동들은 시간이 지나서야 후회를 불러온다. 그래서 이 책을 집어 들었다. 얇아서 빨리 볼 수 있을 것 같았고, 무엇보다 책의 색깔이 경고등과 같아 보지 않으면 분노를 없애지 못할 것만 같았다.

「어떻게 분노를 다스릴 것인가?」는 로마 시대 스토아 학파 철학자 세네카가 쓴 「분노에 대하여」를 편집한 책이다. 몇 시간이면 읽을 정도로 분량은 짧고, 문장도 술술 읽힌다. 눈에 들어오는 문장들이 있지만, 말미에 가서는 어차피 인간은 죽으니 괜히 분노하지 말아라라고 허무하게 결론을 짓는다. 예전 뭐였더라. 라디오에서 줄창 들었던 고려원의 책 카피 “100년도 못살면서 1,000년을 근심하는 중생들아”를 떠올리게 된다.

특별하게 틀린 말은 없다. 다만, 이런 원론적인 이야기가 복잡다단한 이 세상에서 호소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보다 현대화된 메시지로 통역되어야 하지 않을까? 어지간한 직장인들이라면 세네카가 한 말들을 몰라서 이불킥하는 건 아닐 거다. 관계와 상황이라는 게 뒤얽히고, 생존을 위해 싸우다 보면 성인이 아닌 담에야 분노를 표출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어떤 지혜, 각성을 위해서는 먼지 묻은 고대의 지혜보다는 법정 스님의 무소유처럼 생활 속에서 우러나오는 통찰이 나에게는 더 와 닿는다. 챕터별로 기억할 필요가 있는 문장만 추렸다.

분노에 대하여 1, <분노의 민낯>

"화가 날 것 같으면 처음부터 그 움직임을 저지하고 싹을 짓밟아버리고 끌려 들어가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이 제일 좋다." p.29
"분노는 위대함의 토대가 될 수 없다." p.33


분노에 대하여 2, <마음속 분노를 잠재우는 법>

"분노의 제1원인은 부당한 피해를 입었다는 생각이다. 이 생각을 그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 p.47
"우리는 설혹 자신의 이익에 반하는 일이 생기더라도 불출석한 피고를 변호해야 하고, 판단을 유보하면서 분노를 억제해야 한다. 유예된 형벌은 나중에라도 집행할 수 있지만, 일단 집행된 형벌은 되돌릴 수 없다." p.48

"마음은 웬만한 타격에는 꿈쩍도 하지 않을 수 있도록 강하게 단련되어야 한다." p.51
"우리는 남들의 흠은 눈앞에 두고 자신의 흠에는 등을 돌린다." p.57
"최고의 기쁨이 있는 곳에 최고의 두려움이 있다. 모든 것이 평온해 보일 때에도 위험은 단지 활동을 하지 않고 있을 뿐 여전히 존재한다. 너의 감정을 상하게 하는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늘 생각해야 한다. 조타수는 안전할 때조차 다시 내릴 때를 대비해 돛을 다 펴지 않는다." p.65
"상대를 복수할 가치도 없는 존재로 보는 것이야말로 상대에 대한 가장 모욕적인 복수다." p.69
"싸움은 양측 모두에서 분노의 불길이 타오를 때 일어난다. 먼저 물러서는 자가 더 나은 자다. 패배한 자가 '승자'다." p.76


분노에 대하여 3, <폭발 직전의 분노를 다스리는 법>

"첫째, 화를 내지 않는 것이 중요하고 둘째, 일단 화가 났으면 화를 멈추는 것이 중요하고 셋째, 다른 사람들의 화를 치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p.96
"어떤 일이 손해처럼 보이는 것은 그 일에 대한 해석 때문이다. 어떤 일은 뒤로 미루어야 하고, 어떤 일은 웃어 넘겨야 하고, 어떤 일은 용서해야 한다." p.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