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보고보고

박보나, 《태도가 작품이 될 때》, 바다출판사, 2019년

#중요한 작가들을 한눈에 



 

이번 달에도 여지없이 당직 근무를 하고 있다. 하필 이놈의 당직이 내가 잡은 휴가 기간 중에 뺄 수 없는 못처럼 중간에 박혀 버렸다. 임시 공휴일 전날이라 당직 트레이드도 불가능했기에. 연휴엔 당연히 놀러가니까 ㅠㅠ. 짜증 지수가 높다높다 높아서 전날에 맥주 네 캔을 먹고잤다. 이런 불행한 8시간을 보내려니 긴 호흡의 책은 읽기 힘들겠다 싶어 지지난주에 도서관에서 빌린 박보나의 <태도가 작품이 될 때>를 가져왔다.

 

박보나라는 이름은 작가로만 알고 있었다. 물론 그의 작품을 세세하게 기억하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검색엔진이나 미술잡지에서 자주 언급이 된 걸 봤다. 책 제목은 우리가 익히 들어 잘 알고 있는 하랄트 제만의 전시 <태도가 형식이 될 때>에서 따왔다. 사실 이 제목 때문에 책을 빌렸다. 뭔가 있을 것 같아서.

 

“이 전시에서 태도는 이전 체제와 규칙에 대한 비판적 관점을 의미하며, 이 태도는 미술의 관습적인 틀을 거부하는 새로운 작품의 형식과 전시의 형태로 구현되었다. 이 책에 나오는 작가들도 기존의 사회질서와 미술을 다르게 읽는다. 하랄트 제만이 기획한 전시 ‘태도가 형식이 될 때”의 정신을 이어받는다.” p.8

이렇듯 박보나 작가는 본인이 생각하기에 중요한 동시대 미술가 17인을 주관적인 감상과 평을 146 쪽에 새겨 넣었다. 내용은 누구나 쉽게 작가에게 접근할 수 있도록 평이했고, 아참! 이 책의 대부분의 글들이 <한겨레>에 연재된 글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작품과 사회 이슈를 적절히 섞어 작가론이 아닌 읽기 좋은 컬럼 정도로 보면 될 것 같다.

 

술술 읽히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라 두어 시간 만에 다 볼 수 있었다. 특히 눈여겨 볼 부분은 미술작가가 본 미술작가라는 것인데, 읽는 내내 ‘박보나 작가는 참 본인의 생각을 글로 잘 풀어내는 재주가 있구나’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군더더기 없이 솔직하고, 작가와 작품 그리고 사안을 바라보는 깊은 깊이가 글에 송골송골 맺혀있었다.

 

작가의 전시가 열리면 꼭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