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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보고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숨통》, 민음사, 2011년

#결코 특수하지 않은, 보편적인 문제들 

 

 

정말 술술 읽히는 맛이 있다. 

 

 

책을 손에 잡은 지 3일 정도 됐을까. 벌써 마지막 페이지에 도착했다.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는 1977년 나이지리아에서 태어나 18살에 미국으로 건너가 학부를 거쳐 문예창작과 아프리카학으로 석사를 받았다. 이 책은 바로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중심축을 이루고 있다. 아프리카 혹은 나이지리아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 그 안에서 특정 부족으로 산다는 것 그리고 미국에서 나이지리아 여성으로 살면서 겪어야 하는 소외와 좌절, 견뎌냄을 12개의 단편에 담았다.

 

작품 속 인물들은 제각각 숨이 턱턱 막히는 상황과 대면하지만, 작가는 그들에게 섣부른 희망 따위는 부여하지 않는다. 다만 그 과정을 담담하게 보여주면서 인물들의 변화하는 감정과 인식의 성장을 독자들에게 차분히 묘사한다.

 

"언제부터 신에 대한 자신의 믿음이 김서린 욕실 거실에 비친 영상처럼 흐릿해졌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한 번이라도 그 거울을 닦으려 해 본 적이 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p.72.

 

"내가 이보어로 말했다. 영어로 죽음에 대해 얘기하면, 적어도 나는, 종지부를 찍어 버리는 것만 같아서 늘 불편했다." p.88

 

마지막으로 작년 9월 작가가 우리나라에서 한 인터뷰 중 가장 인상 깊은 문장들을 담아본다.

 

"어떤 사람은 나에게 굳이 페미니즘이라는 단어보다는 인권이라는 말을 쓰는 게 낫지 않냐고도 한다. 하지만 나는 그 문제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명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너무나 오랫동안 여성들이 억압받고 배제되어왔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런 상황을 바꾸겠다고 움직이는 게 페미니즘이라고 우리는 얘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