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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보고

나관중, 《삼국지 3권》, 민음사, 1995년

#내가 보기에 지금도 난세다. 

 

다시 한 번 읽으면서 느낀 건 우리나라 사람들이 삼국지를 읽는 이유가 있다는 거다. “난세”가 바로 지금이라는 것. 즉 내가 살기 위해서 어제는 너와 손을 잡았지만, 내일은 다른 사람의 손을 잡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갖은 명분을 만들어 자기 합리화를 해야 한다는 것. 

 

 

지금도 헝클어져 있다! 

 

낙양에 돌아가 때를 기다리는 조조에게 곽가에게 한 말을 아니 적을 수 없다. 

 

"원소는 반드시 그 두 가지 이롭고 해로운 점을 함께 헤아릴 것이지만, 소심한 그가 택하는 것은 열의 아홉 큰 이로움을 취하는 쪽보다 큰 해로움을 피하는 쪽일 것입니다." p.22

흠, 나도 직장에서 그렇게 하는데? 좀 더 넘어가 볼까? 구구절절 맞는 말이다. 그 옛날이나 지금이나..원술이 실수를 거듭해 영웅들과의 관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문열은 이렇게 말한다. 

 

"마지막 둘이 남을 때까지는 적보다 친구가 많아야 한다는 것과 강한 적 하나보다는 약한 적 여럿이 더 무섭다는 것이다." p.159

조조가 죄가 없는 왕후의 목을 쳐 군사들의 사기를 높인 것에 대해 이문열은 이렇게  평가한다. 

 

"요컨대 간교함과 표독스러움이 있었다면 권력 추구의 길 자체에 있고, 굳이 조조를 비난하려 든다면 그 같은 방도 외에 다른 방도가 또 있었을 때에 한해서이다. 대저 영웅이란 간교함과 흉포함과 꾀많음과 표독스러움을 다 품어야 한다던가." p.168

중간 중간에 튀어나오는 이문열의 목소리는 흡사 즐거운 소풍 분위기를 깨는 교감 선생님의 훈화말씀과도 같다. 그러니 항상 욕을 드시지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삼국지를 좋아하는 이유는 이거다. 속고 속여야 살기 때문. 지금이 난세고, 우리가 영웅이 될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생존은 해야하기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