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보고보고

김영하, 《오직 두 사람》, 문학동네, 2017년

#슬프지만, 웃음을 주고, 다시 슬프게 만드는 

 

 

신혼여행에서 본 책

 

신혼여행 떠날 때 책을 챙겨오지 못해 인천공항에서 급하게 샀던 게 바로 이 오직 두 사람이다. 출발 시간에 쫓겨 공항 안에 있던 아주 작은 서점(사실 서점이라기보다는 책꽂이에 책이 좀 꽂혀있는)에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책은 많지 않았다. 때문에 낯익은 작가인 김영하의 소설에 자연스럽게 손이 갈 수 밖에 없었다.

 

정작 이 책을 본 건 신혼여행 7일 중 3번째 되는 날이었을 거다. 결혼을 준비하면서 건강이 너무 안 좋아 겨우 비행기에 올라탔기에 즐거운 신혼여행이었지만, 오전은 대개 침대에서 보내야만 했다. 하와이의 따뜻한 날씨가 안 좋았던 몸을 조금씩 낫게 하던 중 바다를 보면서 이 책을 천천히 읽어보게 되었다.

 

7편의 단편 안에 살고 있는 거의 모든 인물들은 저마다 고통을 가지고 있다. 작가는 그들에게 막연한 희망을 선물하지 않는다. 그저 그 아픔을 간직하고, 삶을 살아낼 뿐이다. 그래도 김영하 특유의 시린 웃음을 짓게 하는 틈이 있다.

 

영혼과 육신의 메자닌, p.149
뺀질거리며 마감을 안 지키는 작가의 집에 들이닥쳐 초고를 탈취한 후 즉결심판을 하는 것이다. p.157

책을 덮으면서 몸이 서늘해지는 걸 느꼈다. 작가가 후기에도 남겼듯 416일은 그 이전의 우리와 그 이후의 우리를 정확하게 갈라놨다. 각 단편 모두가 그 사건에 의해 쓰인 것은 아니지만, 만질 때 마다 그 때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상처처럼 쓰리고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