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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보고

루이스 캐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펭귄클래식, 2010년

#이상하고 아름다운 

 

 

 

삽화들이 정말 예쁘다. 

 

 

 

이 책을 언제 받았더라 생각해봤다. 2011년 대학원에 들어가서 한창 지식 욕구를 채우고 있었을 때 가능한 한 다양한 외부활동을 하고 싶었다. 내가 좋아하는 공부를 뒤늦게 시작한 만큼, 사람만나는 것도 놓치고 싶지 않을 정도로 욕심이 컸었다. 그러다 만난 게 펭귄 북 모임이었다. 출판사에서 마케팅 차원으로 운영하던 독서 모임이었고, 물론 나가다가 시간이 없어 중도 탈락했다. ㅠㅠ 

 

이 책은 그때 받은 세 권 중 하나다. 거의 10년을 책장에 방치하다가 머리도 식힐 겸 빠르게 읽었다. 크게 재미난 부분은 없었다. 옛 아동 문학이고 책으로 보진 않았지만 영화나 다른 작품에서 자주 인용되었기 때문에 신선하진 않았다. 굳이 따지만 이 책 저자인 루이스 캐럴이 어린아이에 집착하는 돌아이라는 정도? 그리고 다소간의 언어유희가 나오지만 이건 로리타가 더 확실히 보여주기에...아..이거 나보코프도 똑같은 놈이었구나. 

 

생각에 남는 구절을 남긴다. 

 

"이젠 두 사람인 척하는 것도 소용없어. 왜냐면, 이제 나는 제대로 된 사람 한 명 노릇 하기도 벅차단 말이야." p.119

 

정체성 문제는 아동 문학에서 빠질 수 없는 소재. 

 

"오늘 아침에 일어났을 때의 난 어제랑 똑같았던 걸까? 뭔가 약간 달라진 것 같기도 하고. 그렇지만 내가 만약 어제와 같지 않다면, 다음 질문은 '도대체 난 누구지?'라는 거겠지. 아, 이건 정말 엄청난 수수께끼야." p.124

 

"고양이가 말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아주 천천히 사라졌다. 꼬리 끝부터 시작해서 마지막엔 입가의 웃음까지 천천히. 그리고 그 웃음은 다른 부분이 모두 없어진 후에도 얼마간 남아 있다가 사라졌다." p. 184

 

사라지는 체셔 고양이의 내용은 하도 많이 봐왔기 때문에 언제 나오나 기다렸다. 

 

다 읽은 느낌은 그냥 그렇다는 것. 이 춥고 답답한 방에서 빠르게 읽기 좋은 정도로 만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