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보니 너 마마보이였구나!
이 책도 산지가 한..음..10년은 된 것 같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는 더더욱 고전에 대한 집착이 커서 사게 됐다. 몇 번 읽기를 시도했지만, 이야기 구조가 단조롭기 그지없고 본인의 생각만 나열한 글이라 앞부분만 몇 번 다시 읽다 책장에 보관만 했다. 그러다 요즘 책 사는 일을 멈추고 집에 있는 책을 해결하기로 마음을 먹어서 다시 꺼내들었다.
지루해서 읽는 내내 포기할까 했지만 빨리 봐야 책장을 비울 수 있어서 겨우 완독해 냈다. 결론부터 말하면 꼰대 아저씨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의 본인만의 깨달음을 아주 뿌듯하게 늘어놓은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여기서 건져낼 게 전혀 없는 건 아니다. 다만 책이 쓰인 1854년과 2021년의 시차가 너무 크기 때문에 보편적인 공감을 얻기는 쉽지 않다. 혼자만의 고고한 자연 예찬도 알고 보니(책의 해설에 나와 있듯) 마마보이의 치기어린 일탈이었을 뿐이었다. 생각에 남는 구절로 빨리 넘어가 보자.
"미국은 이런 것들 없이도 자기 능력껏 스스로 원하는 방식대로 삶을 영위하는 자유가 이는 나라여야 하며, 주 정부가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이런 것들을 구하는 데 드는 비용을 국민이 마련하게 하거나 노예제도를 지속시키고 전쟁 비용을 충당하는 데 협조하라고 강요하지 않는 나라여야 한다." p.229
베이커 농장 챕터에서 소로는 비를 피하기 위해 오두막을 찾게 된다. 거기서 여러 명의 자식과 함께 사는 부부를 만나게 되는데, 그들을 보는 소로의 시선은 건방지기 짝이 없다. 하루에 차, 커피, 버터, 우유, 고기를 곁들인 식사를 하는 것을 ‘낭비’라고 규정하고 금욕적으로 삶을 사는 자신과 대비하여 “승산 없는 싸움을 하고 있다. 존 필드 씨, 안타깝소이다. 애써 노력해도 지혜롭지 않으면 실패할 도리밖에 없소이다”라고 말한다. 얼마나 오만한 시선인가. 주어진 삶의 조건에 눌려 노예처럼 사람과 호기롭게 포기하고 유유자적한 삶을 사는 본인과 비교하다니. 책을 덮으려다 그 동안 본 시간이 아까워 계속 읽어 내려갔다.
“비인간적이라는 이유로 사냥에 반대하긴 하지만 그럼에도 사냥만큼 가치 있고 이를 대체할만한 운동 경기가 있는지는 의심스럽다.” p.237
이게 무슨 말인가?
나아가 “현명한 사람이 마실 수 있는 유일한 음료는 물”이라고 하고, 포도주는 고상한 술이 아니며, 차나 커피는 깊은 나락으로 떨어뜨린다고 말한다. 여기에 더해 음악은 사람을 도취시키고, 이렇게 사소한 음악이 그리스와 로마를 파멸시켰다고 하니 지금 관점으로 보면 꼰대 중 왕꼰대가 되기에 충분하다.
“사람들은 왜 그리도 걱정이 많은가? 먹지 않으면 일할 필요도 없는 데 말이지.” p.250
그래도 좋은 문구가 있다.
“여행자가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산의 모습이 끊임없이 변하는 듯 보이지만, 변하는 것은 그가 산을 바라보는 위치일 뿐 산의 형태는 그대로이듯, 특정한 자연의 법칙은 우리가 사물을 보는 특정한 관점을 형성한다.” p. 325
"꿈을 추구하면 새롭고 보편적이고 보다 진보적인 법칙이 자신의 주위와 내면에 형성되기 시작한다. 혹은 기존의 법칙이 더 진보적인 의미에서 자신에게 적합하게 확장되고 해석된다." p.361
"우리의 삶이 아무리 힘겹고 척박하다 해도 삶을 직면하고 살아내자. 삶을 회피하거나 욕설을 퍼붓지 말자. 삶보다 더 보잘것 없는 것이 바로 우리 자신이다." p.366
이 책에는 소로우가 쓴 <시민 불복종>도 실려있다. 이 글은 월든보다 훨씬 나에게 와 닿았다.
<시민 불복종>
"정부란, 국민들이 서로 방해하지 않고 상호 공존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편의상의 체제에 불과하다" p.376
"원칙에 입각해 행동하고, 무엇이 옳은지 인식하고 스스로 행하면 사물을 변화시키고 관계에 변화를 가져온다." p.386
읽었으니 묵혀왔던 숙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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