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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Kelvin Kiptum (1999 ~ 2024)

 

도전이 사실 어려운 단어는 아니다. 누구나 맞이하는 하루하루도 도전 아닌가? 상상해봐라. 한 여름 출근길 입추의 여지가 없는 지하철 안에서 다른 사람과 살을 맞대지 않기 위해 최대한 움츠리고 있는 자신을. 9시는 거침없이 다가오지만, 내 차의 내비가 알려주는 도착시간 점점 더 멀어져가는 그 절망을. 하기 싫은 일을 하는 것, 나태, 권태와 싸우는 일상도 큰 도전이다. 다만, 반복되기 때문에 작게 보일 뿐.  

 

잠깐만. 도전의 상징을 떠올려볼까? 아마도 42.195km, 8,848m일거다. 일상이 도전이라고 감각하기 힘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뭔가 수치화 되지 않기 때문이다. 앞에서 말한 일상의 도전을 수치화한다면, 이걸 하루 혹 주 단위, 월 단위로 환산한다면 꽤나 강한 도전의 숫자가 될 것 같다.

 

(사실, 이 포스팅을 얼마전 세상을 등진 켈빈 킵툼을 떠올리며 쓰고 있다. 언뜻 이야기가 다른 길로 샌 것처럼 보이지만, 킵툼을 애도하다 보니 도전이 무엇이었나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우린 모두 도전자다. 다만 그 도전의 분야가 다르거나 혹은 크기가 다를 뿐. 당신의 도전은 단지 일상의 껍데기에 싸여 치열해 보이지 않았을 뿐, 마라톤 풀코스를 뛰는 선수보다 도전적이었다고 말할 순 없다.

 

자신의 위치에서 열심히 그리고 출중한 능력으로 도전했던 켈빈 킵툼을 모두가 한 번은 생각했으면 좋겠다. 그를 모르더라도 우리와 같이 늘 도전했던 도전자로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