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는 두 가지로 나뉜다. 보고 싶은 전시와 봐야 하는 전시로 말이다. 너무 당연한 말 같지만, (모두 그런 건 아니지만) 미술을 좋아하는 많은 젊은이들 혹은 미술을 공부하는 대학원생들 대부분이 동시대 미술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을 채우고 있는 동시대 미술에 눈길이 가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 수 있다. 다만, 그것들이 있게 한 배경과 조건이 바로 모더니즘 미술이 아닌가.
장욱진 전시 마지막 날 급히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 도착했다. 정문에서 한 삼 십 미터쯤 줄이 이어진 모습을 보고 역시나 전시를 하는 공간도 매우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 덕수궁엔 외국인과 중장년층이 많아 모더니즘 회화를 전시하기 딱 좋은 공간이니까.
전시장에 들어서니 관람객들이 뿜어내는 이산화탄소 때문에 머리가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그래도 장욱진이 남긴 작품들, 걸어왔던 삶들을 놓치지 않고 눈과 머리에 꾹꾹 눌러 담았다. 회화류는 내 개인적인 취향으로 크게 감동을 받지 않았고, 오히려 동양화 기법으로 그린 작품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신자 전시를 보고 느꼈듯이 동시대 미술, 세계적인 작가들의 전시가 난무하는 가운데 우리 미술사가 과연 주체적으로 쓰이고 있는 것일까? 내 주위를 봐도 열이면 여덟에서 아홉은 동시대 미술에 관심이 있다고 말한다. 그 친구들이 지금 미술관에서 전시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비록 서양 미술이 미술관을 채우고 있는 요즘이지만, 한국미술사라는 큰 틀이 제대로 정립이 된 상태에서 내용이 채워지고 있는지 의문이다. (내가 고민하가에 너무 큰 문제긴 하지만)
암튼 이 전시는 "봐야할 전시"임에 틀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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