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그렇다. 전시 초반엔 그렇게 바쁜 일이 있고, 귀찮거나, 급작스러운 일이 생긴다. 솔직히 다 핑계일 수밖에 없다. 결국 이렇게 폐막 마지막 주가 되어서야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 왔다. 이신자 전시를 보러.
혹시 몰라 집에서 9시 45분쯤 차를 끌고 나왔다. 아무래도 요즘 날씨가 따뜻하다 보니 서울랜드를 찾는 어린이들과 가족 그리고 캠핑장을 찾는 캠핑족이 많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에. 외길인 과천관 길이 막히면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어 버리니까. 다행히 10시 10분에 전시장에 입성했다.
사실, 이신자 작가에 대해 몰랐었다. 변명을 대자면 한국 미술사에서 공예는 여성작가, 주류 매체가 아닌 이유로 이중 소외를 겪고 있고, 서울공예박물관에 가야 볼 수 있는 매우 정적이며 수줍은 작품으로만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전시를 다 본 느낌은 한국 미술사는 이제 다시 그리고 다른 이가 써야한다고 믿게 됐다. 이신자 작가는 1930년대 생으로 1세대 섬유공예가다. 그녀가 보여준 작품은 미술계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시기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엇갈리는 실이 결국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내듯 한국 현대 공예를 올 곧이 직조해 냈다.
생각해 본다. 각 종 비엔날레에서 출품된 아프리카, 동아시아 여성작가들의 공예 작품이 가득할 때 과연 우리는 이신자라는 작가를 떠올렸는지. 포스팅하기 전 광주비엔날레 사이트에 들어가 1995년 1회부터 작년 2023년 14회까지 참여했던 작가 명단에 그녀가 없었다. 비엔날레가 한국 미술을 세계에 그리고 다른 나라의 미술을 우리나라에 소개한 순기능은 있었을지 모르지만, 그 세계화라는 흐름에서 이신자라는 거장을 짚고, 연구를 했는지 말이다. 비엔날레가 주변의 미술을 조명할 때 한국 미술의 주변은 더 주변으로 밀려났는지 생각해봐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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