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어제의 반복처럼 보이긴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일상이라는 건 사실 나만의 시간으로 쌓아올린 단단한 성과도 같은 거다.
때론 권태라는 괴물이 찾아오기도 하겠지. 본인이 건축한 성을 봤을 때 그 기둥이 똑같은 간격과 크기로 보였을 거야. 마치 어제, 오늘이 C+V된 것 마냥 주르륵 일렬도 정렬되어 있는 모습이겠지. 우린 원하잖아. 어제 보다 나은 그리고 새로운 오늘을. 그런데 그렇기는 힘들지.
그리고 가끔 허무도 느끼지. 그렇게 힘들게 쌓아올린 건축물의 높이가 내가 생각한 것보다 작고, 낮을 때 그럴 거야. 어릴 때부터 위인전을 많이 봐서 그런가 아니면 친구들이 다 잘 나가서 그런가. 암튼 사람이 비교를 안 할 순 없잖아. 아니면 내가 정한 목표에 도달하지 못해서도 일 수 있지.
암튼, 요즘 일상으로 멀어졌어. 이유는 권태와 허무는 아니었지. 그냥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걱정 때문이었던 것 같아. 그래서 그 일상으로 어떻게 하면 돌아갈까 고민을 했지. 답은 익숙하고, 편안하고, 좋아했던 걸 다시 하자였어.
토요일에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AI 심포지엄에 갔지. 지적 자극이 되더라고. 적당한 깊이의 강연들도 좋았고.
일요일엔 아핏차퐁 작품을 보러 mmca에도 갔어. 그 탁한 스크린을 채운 이국적이고 낯선 이미지를 보니 뭔가 하고 싶다라는 마음이 생기더군.
길에서 멀어졌을 때 다시 돌아올 수 있는 방법은 사실 간단할지도 모르겠다. 익숙한 것, 좋아했던 것들을 다시 돌이켜보고 그것들을 하면서 하루를 채워나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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