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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보고

로버트 치알디니, 《 초전설득》,21세기북스, 2018년

#허무에 빠져보자

 

세상에 책을 도움이 되는 책도움이 되지 않는 책으로 구별한다면 이 책은 후자에 속할 거다. 며칠 간 시간을 쪼개 꾸역꾸역 읽었지만, 그 중간 중간 책을 닫아버리고 싶은 마음을 억지로 참았을 정도다. 굳이 비유를 하자면 수능을 잘 보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라는 질문에 국영수 중심으로 열심히 해봐라는 답처럼 이미 잘 알고 있어서 굳이 답하지 말아야 할 허무한 내용들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지도)

 

 

 

만병통치약 여기있소!

 

부제에서부터 냄새가 났다. ‘절대 거절할 수 없는 설득 프레임마치 이 책을 읽으면 내 한마디에 듣는 이가 따라올 것 같은 강한 착각을 던져준다. 결국 나도 이 낚시에 속아 넘어간 수많은 사람 중에 하나가 됐다. 투덜거리지 말고 조금 정리를 해보자.

 

이 책이 전달하려고 하는 메시지는 바로 이거다.

 

"초전 설득의 기본 개념은 의사전달자가 미리 상대방의 주의를 전략적으로 유도하여 상대방이 메시지를 경험하기도 전에 동의하도록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 p.206

이쯤 되면 거의 마법이나 최면에 가깝지 않을까? 지은이는 무려 애리조나 주립대학 심리마케팅학과 명예교수라고 한다. 교수님이 언제 이런 마법을 배웠으려나? 좀 더 책장을 넘겨봤다.

 

"이 책의 핵심 주장은 무언가를 호소하기 직전에 우리가 선택하는 말과 행동이 설득의 성공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p.310

장난하냐. 지방을 많이 먹으면 살이 찌고, 잠을 적게 자면 피곤해진다. 이런 걸 굳이 말로 해야 하나. 돌이켜보니 벌써 내가 사회생활한지 13, 거쳐 간 직장만 6군데가 된다. 그동안 수많은 사람과 부딪혔고, 수많은 사건 사고들을 당하고, 처리했다. 최근 7년간의 내 커리어는 내외부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는 역할에 고정이 되어서, 매일 매일이 상대방과 밀고 당기기의 연속이었다. 그런 나에게 이런 뻔한 이야기를 한다면? 허무해 질 수 밖에 없다. , 좀 더 들어가 보자.

 

"직장에서 자기 직무에서 높은 성과를 거두고 싶다면 달리기 경주에서 이기는 선수와 같이 성공, 노력, 달성과 같은 이미지들을 계속 접해야 한다. 예산 책정처럼 분석 지향의 다른 어려운 업무를 진행하고 싶다면 명상, 심사숙고, 검토와 관련된 이미지들을 보아야 한다.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이 그 예다. 당신이 특정 업무에 적용하고 싶은 방향성이 무엇이든 그에 적절한 이미지를 컴퓨터 바탕화면으로 설정해놓는다면 똑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컴퓨터로 일하더라도 각각의 업무 성과를 최적화 할 수 있을 것이다." p. 338

하하하! 귀엽지 않은가? 나름 지은이가 교수라서 그런지 논증을 위해 여러 실험 결과를 들이대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통제와 제한된 조건 내에서 행하는 실험과 설문조사 값들이 어떻게 설득에 프레임이 있다는 주장의 근거가 될 수 있을까? 만나는 사람, 만날 때의 상황(기분, 날씨, 먹었던 음식 등)이 시시각각 변화하는 데 말이다.

 

짜증나지만 결론까지 가보자.

 

"바로 어떤 선택과 관련하여 우리가 누구인지는 그 선택을 하기 직전에 우리가 어디에 주의를 두는지에 상당히 좌우된다는 것이다." p.343

다시 한 번 웃기로 한다. 바로 위 문장보다 페이지 위에 있는 단락은 우리를 좀 더 허무의 나락으로 빠지게 한다.

 

"사람들의 마음 맨 꼭대기에 무엇이 있는지가 무엇을 더 선호하고 가치로 삼는지를 좌우한다." p.343

, 결국 “사람마다 다르다”가 결론이다. 마치 밥을 많이 먹으면 배가 부르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먹으면 시원하다.” 같이 변할 수 없는 상식들처럼 말이다. 그래! 결론은 버킹검이다. 어쩔래!

 

추가) 나를 더 성가시게 한 건, 번역이었다. 직역투의 번역은 짬뽕 먹다 조개 껍질 씹은 것처럼 매우 성가셨다. 에잇! 넷플릭스나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