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4월을 한마디로 설명하면 코로나 확진이겠지만, 그 한 단어가 나에게 그리고 내 주위 사람에게 준 영향은 그 바이러스의 무시무시한 전파력만큼이나 빠르고, 너무도 컸다.
4월 초, 사실 때가 다가오는 걸 느꼈다. 사무실에 있는 직원의 1/3가량이 걸리고 있었고, 내 팀은 이미 반이 걸렸기 때문에 그렇게 큰일은 아니었다. 4월 8일 부산을 다녀오고 그 다음날부터 목이 간질간질 거리면서 몸살이 찾아왔다. ‘아, 이거구나’ 싶어서 키트로 검사했지만, 한 줄 음성이 나왔다. 그런데 잠시 편의점을 갔다온 후에 다시 보니 키트에 선명한 두 줄이 있는 게 아닌가! 바로 다음날 잠실종합운동장에서 PCR검사를 받고 바로 같은 날 확진 판정을 받았다. 사실, 내가 아픈 건 아무 문제도 아니었다. 역시나 짝꿍도 확진이 되어 꼬박 일주일을 격리를 해야만 했다.
심한 몸살, 기침이 3일이나 계속됐고, 고비가 꺾이자 점차 컨디션을 회복해 갔다. 하지만 짝꿍은 회복 속도가 더뎌서 그 이후로도 증상이 계속됐고, 그만큼 내 죄책감도 늘어만 갔다. 언제 어디서 걸려온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내가 짝꿍의 일상을 망쳐놨다는 것 그리고 아프게 했다는 무거운 마음은 지금까지도 지워지지 않는다. 아무리 감기와 비슷하다고 하지만 건강한 나도 완전히 회복이 된 건 6월이 되어서 인 것 같다. 증상이 사라진 뒤에도 한동안 식욕과 기운이 없었고, 무기력한 날들의 연속이었다. 된장.
#음악
밖에 나갈 수 없으니 하는 거라곤 음악듣기 뿐이었다. 아마도 수 십장을 들었겠지만, 그 중에서 기억에 남는 건 ‘빌헬름 켐프’의 리스트 앨범 그리고 ‘Boards of Canada’의 Music Has the Right to Children.
#전시
동네에 꽤 좋은 전시공간이 생겼다. 양재천과 맞닿아 있지만, 외진 곳인 적십자 뒷골목쯤 되는 곳인데, 3층 건물에 커피숍과 아기자기한 공간이 숨어있는 멋진 갤러리 Prompt Project다. 《Nostalgia through》이 열리고 있었고, 젊은 작가들의 빛나는 작품들을 볼 수 있었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권진규 전시는 마지막 날이 되어서야 볼 수 있었다. 딱히 보고 싶지는 않았지만, 의무감에 빠르게 휙 둘러봤다.
#먹고, 마시고
5월 아주 맑은 날 짝꿍과 브런치를 먹으러 ‘플랫오’에 갔다. 하지만 웨이팅이 너무 길어서 커피만 테이크아웃해서 양재천에 앉아 홀짝홀짝. 커피 머신이 마치 발뮤다의 그것과 같아 한동안 목이 빠지게 바라봤다.
아는 형과 가본 가로수길 ‘40 days’. 이 아저씨가 그렇게 가자고 고집을 피워서 하는 수없이 갔지만, 이유는 있었다. 내가 햄버거를 그리 좋아하지 않아 칠리프라이즈에 맥주를 먹고 그 형한테 외쳤다. “형! 여기 왜 왔는지 알겠어!!”라고. 사실 토종 한국인인 내가 찰리 맛의 원형을 알 수 없다. 하지만 수천 킬로 떨어져 있는 미국 본토의 맛이 아닐까 하는 생각들 정도로 혀 돌기 하나하나가 깜짝 놀랐다. 프랜차이즈 집에 가면 늘 그렇지 않나. 고기 함량은 적은데 그마저 없는 고기들은 시들어 있어서 치아에 닿자마자 흔적이 사라지고, 만든지 하도 오래되어 칠리층과 육즙층이 따로 놀아 마치 국물부터 드링킹하는 시츄에이션. 이곳의 칠리는 그렇지 않았다. 입자가 큰 고기들과 서로 잘 엉겨붙어 단단하면서 꾸덕한 질감 그리고 과하게 맵지도 싱겁지도 않은 간까지 어디하나 꼬집을 구석이 없었다. 이에 더해 찰진 감자튀김과의 앙상블은 보너스. 다음엔 온리 맥주랑 칠리 프라이즈만 먹으러 갈 예정이다. 아, 또 생각나네.
#정리정돈
한 수십 만 번은 지나쳤을 양재역 5번 출구에서 본 간판이다. 정리정돈이 되었지만, 그 무엇도 알아볼 수 없는 깔끔한 정렬. 적당한 무질서가 아름답고, 눈의 더 띌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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