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디가 회사 앞으로 도착했다. 난 보통 주문한 책과 씨디를 회사로 받는다.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비록 나이지만, 짜증나는 일로 가득한 일터에서 받는 이 선물은 다른 이가 보낸 것과도 같은 착각에 빠트린다.
오늘 받은 씨디는 마우리치오 폴리니니의 DG 슈만 앨범 모음집이다. 4장짜리 씨디로 구성되어 있는데, 앨범 자켓을 통해 그의 노화 과정을 볼 수 있는 것도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그도 그럴 것이 1973년에서 2001년 사이의 음반이니 28년의 음악적, 신체적 변화를 모두 느낄 수 있는 그야말로 역사인 거다.
지금 일기를 쓰고 있는 동안 2번째 씨디 20번째 트랙까지 감상하고 있지만 어느 한 곡도 내 귀를 사로잡지 않은 게 없다. 그야말로 테크닉의 귀재, 초절기교를 자랑하는 폴리니. 이 점 때문에 어떤 이는 멀리한다고 하지만 그가 터치하는 건반의 모든 음들은 생생하게 살아있어 곡 전체에 생동감을 불어넣는 듯하다. 어쩌면 그만큼 완벽하기에 인간미가 덜 해보일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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